
SK이노베이션이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와 손잡고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협력을 본격 확대한다. 양사는 미국 실증 사업 참여는 물론 한국형 나트륨 SMR 모델 구축과 아시아 시장 진출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와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CEO를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빌 게이츠 테라파워 이사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양사는 나트륨 기반 SMR 사업 확대를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에 서명하며 장기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이번 협력은 2022년 SK그룹이 테라파워에 약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이후 한 단계 발전한 형태로 평가된다. 단순 투자 관계를 넘어 실제 원전 프로젝트 개발과 운영에 함께 참여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확대된 것이다.
양사가 가장 먼저 집중하는 사업은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진행 중인 ‘케머러 1호기’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테라파워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나트륨 SMR 실증 사업으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관련 허가를 받은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설계와 건설, 운영 전반에 참여하며 차세대 원전 사업 경험을 축적할 예정이다. 또한 향후 추진될 상용 프로젝트에서도 사업 개발과 투자, 공급망 구축, 운영 전략 등을 공동 검토할 계획이다.
양사는 한국형 사업 모델인 ‘K-나트륨’ 개발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를 활용해 연구기관과 설계기업, 발전 기자재 업체 등이 참여할 수 있는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해외 시장 진출 전략도 포함됐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SMR 사업 기회를 공동 발굴할 예정이다. 특히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사업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트륨 SMR은 기존 원전과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원자로다.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며, 열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생산된 열을 저장했다가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 활용할 수 있어 전력 공급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수요가 급증하면서 SMR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테라파워의 협력이 글로벌 차세대 원전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