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 원의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이어져 온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은 다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최 회장 측은 재상고 기한 마지막 날 상고장을 제출하며 “주주와 그룹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절차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재상고는 단순히 재산분할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산정 방식과 법리 해석을 둘러싼 다툼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노소영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다. 파기환송 전 항소심에서는 노 관장의 기여도를 35%로 인정해 약 1조3808억 원의 재산분할을 결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 측 자금 300억 원을 기여 요소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사건은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아갔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는 노 관장의 기여도를 33.33%로 조정하고 재산분할금을 9440억 원으로 산정했다. 다만 최 회장 측은 300억 원이 제외됐음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기여도가 인정된 부분에 대해 대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 가치 평가 방식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원은 SK㈜ 주가를 기준으로 재산 가치를 산정했으며, 이후 주가 상승 부분도 일부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변동성이 큰 주식 가치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 적절하게 적용됐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9440억 원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한 판결 역시 부담 요인이다. 만약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대규모로 매각할 경우 그룹 지배력과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회장 측은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실트론 지분 역시 재상고심의 주요 변수다. 법원은 해당 지분 가치를 약 75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최 회장 측은 지분 취득 당시 이미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 상태였고 노 관장이 지분 형성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실제 처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과 비용을 고려하면 법원이 평가한 금액보다 실질 가치가 낮다는 입장이다.
재상고가 진행되면서 판결 확정 시점도 늦어지게 됐다. 파기환송심 판결에 따르면 재산분할금에는 판결 확정 이후 연 5%의 지연손해금이 적용되지만, 현재는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자는 발생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재상고심이 재산분할 비율 산정 방식과 기업 주식 가치 평가 기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재산분할 규모는 물론 SK그룹 지배구조와 경영 안정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